
2024학년도 4월, 만 3세 꽃반(한국 나이 다섯 살)의 첫 공유모임에서 담임 교사가 부모님들께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그림 글로 읽기
설렘이 드러난 장면: “나 다섯 살 언니 됐어”, 3월 회고,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 친구를 기다리는 창문, “나는 유치원이 너무 좋아”, “내가 한번 해 볼게요”.
두려움이 드러난 장면: “유치원 안 갈래”와 “엄마 언제 와요?”, 애착 인형과 스티커와 카메라로 찾은 나만의 방법, 문에 붙인 X 표시와 “엄마로 변신해 주세요”, 3월 회고, “거절하면 어떡해요?”, 얼마 전에도 “너무 부끄러워”, “내가 한번 해 볼게요”.
두 마음은 차례로 나타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갑니다.
유치원은 처음이라
사랑과 웃음이 가득한 꽃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은 첫 번째 공유모임이에요. 다섯 살 첫 공유모임인 만큼, 부모님들께서 가장 걱정하셨던 적응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이 3월과 4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들려드리고, 지금 이어지고 있는 놀이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그 전에 자기소개부터 해 볼까요? 아이들도 처음 왔을 때 자기소개를 했잖아요. 저는 이제 누구 어머님, 아버님인지 다 알지만, 입학식 이후 서로 처음 뵙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자기소개 시간을 정말 기다렸어요. 한 친구는 등원하면서 거실에 있던 가족사진을 들고 왔대요. 부모님은 ‘이걸 왜 갑자기 고집하지?’ 하셨는데, 꼭 가져가야 한다고 해서 그냥 두셨대요. 저는 보자마자 ‘아, 이거구나’ 했죠. 또 한 친구는 부모님이 자기소개 종이를 잃어버리셨대요. 그랬더니 주말에 빈 종이를 들고 와서 “엄마 앉아 봐. 나 김치 싫어하고 친구들 좋아한다고 빨리 써.” 하더래요. 이렇게 아이들이 스스로 챙기더라고요.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한 것처럼, 오늘은 부모님들도 다섯 글자로 우리 아이를 표현해 보실 거예요. 우리 아이의 특징도 좋고, 3~4월 유치원 생활 모습도 좋고, 집에서 부르는 별명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자기소개를 보면서 학기 초 적응이 어땠을지 조금 짐작이 되시나요? 첫 공유모임 제목을 고민하다가, 3월을 아이들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른 말로 정했어요. ‘유치원은 처음이라’.
예전에는 ‘더 잘해야 해, 더 노력해야 해’ 하는 분위기였다면, 요즘에는 ‘실수해도 괜찮아’ 하며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에 공감해 주는 쪽을 더 반기는 것 같아요. 비슷한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죠. 그 뒤로 책 제목이나 강연 주제에도 많이 쓰이더라고요.
우리 아이들도 유치원은 처음이에요. 그런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나온 이야기를 함께 들어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습니다.
나 다섯 살 언니 됐어
어린이들이 처음 와서 가장 많이 한 말이 “나 이제 언니 됐어, 오빠 됐어”였어요. 어린이집에서 제일 형님이었다가 졸업하고 유치원에 입학했으니 그 뿌듯함이 말도 못 했죠.
학기 초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통학차에서 내리면 버스가 먼저 나가야 해서, 아이들은 자동문 앞에 한 줄로 서서 기다렸다가 버스가 지나가면 안전하게 신관으로 내려와요. 그날도 1호차에서 내려 버스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섯 살 학부모이신 것 같은 분이 작년 생각이 나셨는지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며 “어머, 애기들이다” 하셨어요. 순간 아이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지는 거예요. “얘들아, 왜 그래?” 했더니 “선생님, 저 애기 아닌데. 언니 돼서 유치원 왔는데 저보고 애기래요.” 그만큼 뿌듯하고 기대가 큰 다섯 살이에요.
그런데 교육설명회와 오리엔테이션 두 번은 어머님, 아버님과 함께 왔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죠. 유치원에 엄마가 없다는 것을……. 이게 3월의 풍경입니다.
엄마가 없을 때 슬픔을 이겨 내는 나만의 방법
유치원에 와서도 “유치원 안 갈래” 하고 계속 우는 거예요. “너 이미 유치원 왔잖아. 재밌게 놀자.” 해도 “안 갈래, 안 갈래.” 우리 반 어머님들은 망설이지 않고 “저 갈게요” 하고 맡기고 빨리 가 주시는 분이 많았어요. 그러니 아이들은 더 서러운 거예요. 엄마만 믿고 왔는데. 그래서 창문 앞에서 기다리거나 창밖을 한참 보곤 했어요.
“엄마 언제 와요?” 하다가도, 하루 이틀 지나면 엄마가 없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마냥 울고 있을 수는 없으니, 어린이들은 저마다 슬픔을 이겨 낼 방법을 찾아가더라고요.
처음에는 애착 인형을 가지고 오기도 하고, 유치원에서 애착 인형을 찾기도 해요. 가오리를 들고 다니는 친구, 레고 인형을 들고 다니는 친구, 저마다 더 마음이 가는 장난감이 있나 봐요. 명단 사진을 보내 드리면서 교실에서도 쓸 수 있게 스티커를 잘라 줬는데, 온갖 곳에 다 붙이는 거예요. ‘여기가 내 자리야’ 하고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 친구는 등원해서 가방 정리를 안 하고 계속 숨어 있었어요. “왜 그래?” 했더니 너무 부끄러워서 숨은 거래요. 너무 귀여워서 뒤에서 찰칵 사진을 찍었는데, 그 소리에 돌아보더니 “선생님 핸드폰 줘 봐요.” 하는 거예요. 자기가 사진을 찍고 싶대요. 친구들이 너무 많아 직접 다가가기는 부끄러운데, 화면을 통해서는 괜찮았나 봐요. 친구들이 노는 모습을 찍어 주니 자기도 가까이 가야 하고, 친구들은 “나 찍었어? 나 찍었어?” 하며 모여들고요. ‘이렇게 나만의 방법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는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3월 한 달 동안은 뭐만 하면 “이거 엄마 선물이에요. 이거 아빠 선물이에요.” 하며 꼭 가져가야 한대요. 메시지함이 넘쳐서 벌써 두 번이나 정리했는데 또 꽉 찬 친구들이 있어요. 이제는 내가 만든 걸 선물할 줄도 알고 메시지함에 보관할 줄도 알지만, 3월에는 똑같은 그림을 열 장 그려도 열 장 다 가져가야 했어요. 어머님, 아버님, 이때 선물 많이 받으셨죠?
놀이 안에서 적응하는 모습도 보였어요. 긴 종이로 놀이를 하는데, 이 친구 표정 비장하죠? X를 만들어 와서 빨리 문에 붙여 달래요. “문에 X를 붙이면 아무도 못 들어오지 않을까?” 했더니 “어린이는 다 돼요. 근데 나쁜 사람은 못 들어오게 여기 표시해 주세요.” 불안한 마음을 놀이로 풀어내려는 모습이었어요.
이것도 재미있었어요. 엄마, 아빠가 교실에 없다는 걸 알고 나니, 어떤 친구는 들어오자마자 “엄마로 변신해 주세요.” 해요. 교사에게도 하지만 친구에게도 해요. “우리 아빠 왔어.” 했더니, 여자 친구가 “아니야, 난 아빠 아니야.” 그럼 “엄마 왔어.”는 또 허락해 주더라고요. 한동안 “우리 엄마야” 하는 놀이를 했고, 블록 놀이에서는 서로 엄마가 되어 엄마와 통화하는 놀이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계속 엄마만 생각할까 봐 걱정 많이 하셨죠? 그렇지 않아요. 유치원 생활 속에서 나름의 방법을 찾고, 요즘에는 점점 더 놀이 안에서 적응해 가는 방법을 찾아 나가고 있어요. 걱정하신 것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3월 한 달을 지낸 어린이들의 소감
처음 화면에서 이 사진들에 주제가 있다고 말씀드렸죠? 3월 회고 사진이에요.
여섯 살, 일곱 살은 어떤 경험을 하거나 월말 회고를 할 때 직접 그림이나 글로 표현해요. 다섯 살은 그게 어렵잖아요. 그래도 3월을 지낸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궁금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우리 반 아이들이 사진 찍는 걸 정말 좋아해서 “3월 한 달 지낸 마음을 표현해 줘” 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그게 아까 그 포즈들이에요.
왜 이 포즈였는지 물어봤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은 한 명뿐이었어요. 나머지 친구들은 다 양가감정이 있더라고요.
밥 먹는 걸 조금 힘들어하는 친구는 밥 먹을 때마다 뜨거운 느낌이래요. 내 작품이 망가졌을 때는 화가 나지만, 노는 건 너무 재밌고 유치원은 너무 재밌대요. 놀이할 때는 기분이 좋지만 엄마가 보고 싶었다는 친구도 있었어요.
멀리서 이사 온 친구는 한미유치원에 오려고 이사했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이사 오는 길이 너무 멀어 힘들었고 그때 좀 화가 났는데, 놀이할 땐 마음이 동글동글해진대요. 영어를 하면 슬픈 느낌이 든다고, 어렵거나 아직 잘 모르는 걸 할 때의 두려운 마음도 표현해 줬고요. 역시나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어요. “유치원은 너무 재밌고 신나지만 엄마 아빠 너무 보고 싶었어. 슬픈 마음이 들어 눈물이 날 것 같아.”
회고를 들어 보니, 유치원 자체가 힘든 게 아니었어요. 호기심 가득하고 궁금하고 재밌지만, 엄마와 이렇게 오래 떨어진 게 처음이라 그 부분이 아직은 힘들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이라는 설렘과 처음이기에 두려운 마음이 함께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지내면서도 느꼈지만 회고를 하며 더 실감했어요.
우리는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 하루 일과
어머님, 아버님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먼저 하루를 어떻게 지내는지가 궁금하실 것 같아 간단히 소개해 드릴게요.
- 등원 및 오전 놀이
- 인사 및 일과 소개
- 오전 간식
- 놀이 소개 및 놀이
- 정리정돈
- 점심식사
- 양치하기
- 오후 놀이 — 여기까지 교육과정(2시)
- 오후 간식
- 특성화 활동
- 하원
- 신체활동
- 다문화(영어)
- 독서
- 미술
- 오르프
양치하고 오후 놀이까지가 정규 과정으로, 2시에 하원하는 친구들이 참여해요. 그 뒤에는 오후 간식을 먹고 특성화 활동을 한 뒤 하원합니다. 특성화 활동은 하루에 한 과목씩 해요.
등원 및 정리
아침에 등원하면 어린이들이 스스로 정리를 해요. 가방에서 물병 꺼내고, 옷 정리하고, 수건을 걸어요. 처음에는 “선생님, 이것 좀 해 주세요. 가방 좀 정리해 주세요.” 하며 다 저희에게 시켰는데, 요즘에는 빨리 놀이하라고 저희가 정리를 도와주면 혼나요. 옷걸이에 걸고 지퍼를 올려 주면 다 풀고 “내 건데 왜 선생님이 해요?” 하면서 스스로 하려는 모습이 정말 많이 보여요.
오전 놀이
정리가 끝나면 자유롭게 놀이를 합니다.
인사 및 일과 소개
도착 시간에 차이가 있어서, 2호차와 개인 등원하는 친구들까지 다 들어오면 모여서 인사를 해요. “안녕!” 하고 나면 오늘 무엇을 하는지 아이들과 일과 이야기를 하고, 우유를 마시러 가요.
오전 간식
오전 간식으로 월·수·금에는 우유를, 화·목에는 요구르트를 마셔요. 체질이나 선호에 따라 두유나 과채주스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놀이 소개 및 놀이
우유를 다 마시면 항상 놀이 소개를 해요. 전날 있었던 일이나 문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재료가 있으면 소개하고, 어린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함께 이야기 나눠요. 직접 나와서 시범을 보이기도 하고, 말로만 할 때도 있고, 영상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어요. 놀이 소개를 하고 나면 놀이를 합니다.
지금 이어지고 있는 놀이들이에요. 뒤에서 교실 배치도와 함께 한 번 더 말씀드릴게요. 놀이를 하고 나면 스스로 정리하고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식사
혼자 밥은 먹을까 걱정하셨죠? 어린이들 혼자서도 잘 먹어요. 3월에는 많이 기다려 줘서 1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그만큼 놀이 시간이 짧아지죠. 그래서 요즘에는 먹는 시간을 1시간 정도 주고, 50분쯤 지나면 다 못 먹은 친구들을 앞으로 불러 도와줘요. 그랬더니 역효과가 있어요. 잘 먹다가 두세 숟가락 남으면 기다렸다가 먼저 나와요. “선생님, 힘들어요.” 먹여 달라는 거죠. 그게 사랑받는다고 느껴지나 봐요. 계속 설명하고 있는데 자꾸 멈추더라고요.
양치지도
4월부터는 양치도 하고 있어요. 칫솔에 치약이 남아 있을까 봐, ‘오글오글’까지 다 하고 나면 물을 조금 받아서 “이제 마법 수프 만들어 줘” 해요. 투명했던 물이 치약 때문에 하얗게 변하니 진짜 마법처럼 느껴지나 봐요. 이거 하려고 양치해요. 요즘 옷이 젖어 오는 날은 대부분 마법 수프를 만들다가 젖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오후 간식 및 정리, 특성화 활동
그리고 오후 간식을 먹고, 이번에는 반대로 수건과 물병을 정리해요. 그다음 특성화 활동으로 신체활동, 오르프, 미술, 영어, 독서를 하루에 한 과목씩 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지내면 또 인사를 하고 집에 갑니다.
대집단 활동
- 이야기 나누기
- 새 노래 배우기
- 명화, 동시 감상
- 요리
- 산책
- 신체표현
놀이만 하는 건 아니에요. 매주 보내 드리는 ‘교육의 흐름’에 다음 주 계획이 나가잖아요. 대부분 대집단 활동이에요. 놀이 전에 하기도 하고, 놀이 후에 하기도 하고, 점심 먹고 오후 놀이 시간에 하기도 해요. 이야기 나누기, 새 노래, 산책 계획, 요리 등 다양한 대집단 활동을 교실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전시장 놀이도 즐기고, 인형극도 보고, 요리도 했어요. 기차가 왔을 때 타 보기도 하고, 갈 때는 엄청 아쉬워했어요. 정발산에도 갔고요. 오늘 엄마와 선생님이 이런 걸 볼 거라고 아이들에게 미리 보여 줬더니 “소풍 간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날씨가 좀 더 좋아지면 정발산에도 더 자주 나가겠습니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아
이렇게 적응하면서, 처음에 울며 “엄마 언제 와요?” 하던 어린이들이 점점 “우리 반 너무 재밌어요. 여기 재밌는 게 너무 많아.” 하기 시작했어요.
재료와 친해지기
유치원 일과에 적응하는 것도 있었지만, 놀이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어요. 혹시 ‘풀칠하기 놀이’라고 들어 보셨어요? 풀을 처음 써 봤나 봐요. 20분 동안 종이 가득 풀칠하는 데 몰두한 친구가 있었어요. 뭘 만들려나 하고 기다렸는데 계속 풀칠만 하는 거예요. “뭐 해?” 했더니 “풀칠하기 놀이 너무 재밌어요!” 풀칠하기 놀이가 끝나고는 테이프 붙이기 놀이도 있었어요. 아이들이 재료를 자유롭게 써 본 경험이 많지 않으니 다 실험해 보고 싶은가 봐요.
편지함을 다 테이프로 연결해 놓은 친구도 있었고, 풀 바르는 게 너무 재밌어서 책상에도, 블록에도 칠하고, 칠한 걸 붙여 보는 게 재밌어서 벽에도 붙인 친구도 있었어요. 한동안은 메시지함에 모든 걸 붙여 놓아서 친구들이 “내 이름이 안 보이잖아!” 하며 화를 내기도 했어요. 재료를 내가 직접 써 볼 수 있다는 게 무척 신기했나 봐요.
나의 예술 세계를 담기에 종이는 너무 작죠? 어른은 종이를 다 쓰면 바꾸면 되지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참지 않아요. “어? 그릴 자리가 없네?” 하고 “책상 바다!” 하며 책상까지 다 칠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오리는 것도 너무 재밌었나 봐요. 종이가 많다 보니 계속 오리고 오리고 또 오려요. 재밌지만 그러다 보니 정리하기가 너무 힘들죠. “얘들아, 왜 정리 안 해?” 하면 다 외면하고 도망가요. 놀 때는 다들 메시지 센터에 모여서 의자가 없으면 서서라도 놀다가, 정리가 시작되면 다 블록에 가 있어요. 블록 놀이가 정리하기 수월하니까요. 그래서 메시지 센터 정리는 아직까지 교사의 몫입니다.
이것도 너무 귀여웠어요. 종이가 작으니 자꾸 책상이나 바닥에서 놀이를 하게 돼서 매트를 준비해 줬어요. “얘들아, 매트를 깔면 묻어도 괜찮대.” 하고 설명해 줬죠. 물감 놀이를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종이를 꺼내 물감 놀이를 시작하다가 “아, 매트 깔아야 되지!”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종이 위에 매트를 깔았죠. 그리고 한참을 색칠해요. 모양 틀도 생각이 났나 봐요. “아! 모양 틀로 색칠할 수도 있었지?” 비행기도 칠하고 정말 열심히 색칠을 해요. 그런데 종이에는 아무것도 없죠? 너무 안타깝죠. 놀라운 건 이게 첫날이 아니라는 거예요. 옆에서 아무리 설명해 줘도, 스스로 체득할 때까지 계속 반복하더라고요. 이렇게 재료와 친해지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너무 귀여운 이야기예요. 정리하면서 색깔이 섞이는 건 싫어서, 잘못 들어간 건 빼고 색깔을 하나씩 확인하면서 너무 우는 거예요. 나중에 “아까 왜 그렇게 울었어?” 했더니, 더 놀고 싶은데 정리는 해야겠고, 다른 놀이도 하고 싶었는데 놀이 시간은 끝났고, 내 건 또 색깔이 섞이는 게 싫대요. 정리도 완벽하게 하고 싶은데 더 놀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죠. 3월의 마음처럼 계속 양가감정이 드는 것 같아요.
정리 시간과 점심시간
잘 놀다가 갑자기 “흥!” 하고 삐진 친구도 있었어요. 저희도 당황해서 “왜 그래?” 물어봤더니, 점심시간이 너무 싫은 거예요. 아직은 혼자 먹는 게 조금 두렵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먹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중요한 거예요.
처음에는 왜 선생님 마음대로 놀이 시간을 끝내냐고 했어요. 그래서 놀이를 시작할 때 언제까지 놀지 이야기해 주고, “네 칸 있다가 정리할 거야, 두 칸 있다가, 한 칸 있다가” 하고 계속 알려 줘요. 그래도 “이제 정리하자” 하면 우는 친구도, 삐지는 친구도 있었고, 메시지 센터에 가서 정리하자고 하면 끝에 가서 몰래 놀다가 또 이쪽으로 도망 와요. 조금 더 놀고 싶은 마음이 아직은 큰 것 같아요.
한번은 점심시간에 친구들이 다급하게 저희를 불렀어요. “왜? 무슨 일이야?” 했더니, 이 친구도 아직 먹는 것보다 재료가 너무 신기한 거예요. 도시락을 밀어 놓고, 자기 손에 먹고 싶은 딸기를 만들었죠.
이렇게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제는 “선생님, 빨리 먹고 놀이할래요.” 해요. 영양 교육을 하면서 도시락 다섯 칸 중에 세 칸까지는 먹어 보자고 이야기했는데, 요즘에는 세 칸, 네 칸, 다섯 칸에 도전하는 걸 엄청 좋아해요. 오늘 한 친구가 또 울었어요. 한 칸 먹은 친구인데, 다섯 칸 먹은 친구가 너무 부러웠대요. 먹기는 힘든데 먹은 친구를 보니 부럽고, 나도 해 보고 싶고, 막상 먹으려니 용기는 안 나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을 잤잖아요. 이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너무 졸려할 때도 있고, 결국 쓰러지기도 해요.
엄마를 기다리던 창문이 친구를 기다리는 창문으로
피곤할 때도 있지만, 처음에 보여 드렸던 창문 기억나세요? 엄마만 하염없이 기다리던 그 창문이 지금은 친구들을 기다리는 창문으로 바뀌었어요.
누가 한 명 올 때마다 달려가서 “누구 온다! 누구 온다!” 하며 반겨요. 이건 하원 때 모습이에요. 저는 밖에서 차에 탄 아이들 벨트를 매 주고 있었고, 부담임 선생님은 안에서 촬영을 하셨어요. 차 안에 있는 친구가 교실에 있는 친구들이 자기한테 뭐라고 한대요. 너무 멀어서 장난인 줄 알고 “아, 진짜? 누가 보였어?” 했는데, 교실에 들어오니 부담임 선생님이 동영상을 보여 주시더라고요. 차 안의 친구는 “나 예쁘다고? 예쁘다고 하는 말인가?” 하고요. 이렇게 1호차 친구들이 갈 때도 무척 아쉬워해요.
이건 등원했을 때 모습이에요. 등원하면 옷 정리를 하러 나가잖아요. 그 사이를 못 참고, 교실에서 놀던 아이들이 다 이리로 와서 초록 문에 매달려 “너 언제 올 거야? 왜 이렇게 안 와? 빨리 와야 돼!” 해요. 이제는 친구들끼리 애틋해지는 모습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통점을 찾아가요. 사실 크게 공통점이 아닌데도 “우리 옷 똑같다!” 하며 우길 때도 있고, “이제 우리 뭐 해 볼까?” 하고 이야기하기도 해요. 요즘에는 엄마, 아빠를 찾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 ‘어떻게 하면 친구랑 재미있게 놀까?’가 고민이에요.
그래도 아직 이런 이야기는 많이 해요. 저 친구랑 놀고 싶다며 벌써 울상이에요. “같이 놀자고 해 봐.” 하면 “거절하면 어떡해요?” 물어봤다가 거절당해서 속상한 게 아니라, ‘혹시 놀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면 어떡하지? 그럼 상처받을 것 같은데?’ 하는 두려움이 아직 있어요. “괜찮아. 싫다고 하면 다음에 놀자 하고, 다른 친구한테 또 물어봐.” 하고 있고, 요즘에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는 걸 연습하고 있어요.
나는 유치원이 너무 좋아
처음에는 울면서 왔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친구들이 너무 좋아. 꽃반 너무 좋아. 나는 한미유치원 너무 좋아.” 하고, 금요일이 되면 “내일은 왜 안 와요?” 해요. 아이들이 유치원을 많이 편안해하고 애착을 갖고 있구나 느껴요.
얼마 전에 40주년이었잖아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유치원에 고마우니까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대요. 축하는 예상했는데, 고마워? 왜? 했더니 아이들 표현 그대로 “나한테 행복하게 해 줘서 고마워.” 하더라고요.
나는 유치원이 너무 좋아
어머님, 아버님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우리 아이들은 훨씬 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놀이는 처음이라
교실 배치도예요. 지금 이어지고 있는 놀이들이고요. 예전에는 놀이 소개를 하면 “나 못 해요” 하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요즘에는 많이 도전해 보려고 해요. 놀이 소개를 하고 교실에 자료를 전시해 줄 때가 있는데, 놀이할 때 보고 따라 해서라도 해 보며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거예요. 그걸 많이 도전해 보더라고요. 여러 놀이가 이어지고 있지만, 오늘은 메시지 센터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무엇이든 오려 보세요
처음에 보셨죠? 놀이할 때 오리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처음에는 기본 직사각형 종이를 계속 오리면서 놀았어요. 모든 어린이가 오리고 있길래 가위질이 재밌구나 생각했는데, 유심히 보니 오린 것 중에 몇 개를 꼭 추리더라고요. “어? 뭐 해?” 하니까 다 자른 것 중에 몇 개만 너무 소중하게 가지고 있는 거예요.
“이건 뭔데?” 했더니, 아직 서툴지만 머릿속으로는 만들고 싶은 게 구체적이에요. 이 친구는 신발을 만들고 싶었어요. 신발 모양으로 자르는데 잘 안 되니 계속 자르고, 그러다 “어, 이거 좀 마음에 들어. 이거 좀 신발 같아.” 하는 것만 한 줄로 모아 놓은 거예요. 구두라고 자랑하는 중이에요. 한 줄로 모아 놓은 건 신발들이고, 나머지는 그냥 잘린 조각들로 구분하더라고요.
종이가 많았다고 했잖아요. 이 종이들로 놀이하는 모습도 있었는데, 퀴즈입니다. 무엇을 만든 걸까요?
배? 샌드위치? 저도 처음에는 책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테이프를 양쪽에 다 붙여 왔어요. “어, 이렇게 하면 넘길 수가 없잖아.” 했더니 표정이 좀 이상해요. “이거 책 만든 거 아니야?” 아니래요. “아, 이거 지갑이야?” 또 표정이 이상해요. “이거 뭐 만든 건데?” 햄버거였어요. 말씀해 주신 샌드위치처럼, 빵, 채소, 고기, 빵이에요.
머릿속에는 햄버거의 모양이 정확히 있지만 표현하기는 어려우니, 가장 간단하게 만들고 상상하면서 가지고 노는 거예요. 이건 뭘까요? 우리 아빠예요. 이건 제법 비슷하죠? 만들고 싶은 게 생기니 유치원에 있는 피규어를 가져다 보면서 자르더라고요. 종이 전갈이에요. 이건 핑크 사람이고, 이건 코끼리입니다.
점점 조금씩 정교해지죠. 오리기에서 종이로 무언가를 만드는 놀이로 넓어져 가는데, 보니까 머릿속으로는 굉장히 구체적으로 계획하는데 표현이 잘 안 되는 것 같았어요.
매체 전환 — 긴 종이
기본 종이로 표현하기 어렵다면 종이를 한번 바꿔 줘 볼까? 해서 얇고 긴 종이로 바꿔 줬어요. 이걸로 아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지켜봤는데, 조금 더 정교해졌죠? 액자도 만들고, 이건 청소기예요. 하루 종일 청소기를 들고 다녔어요. 이건 불꽃놀이 폭죽이래요. 아까보다 훨씬 정교해졌죠.
종이가 길다 보니 자처럼 쓰는 모습도 많이 보였어요. 친구 뒤에서 키를 재고 다니는 친구도 있었고, 나한테 딱 맞는 걸 만들려고 내 팔, 내 머리둘레를 계속 재며 “지금 재 보는 거야!” 하는 경우도 많았어요. 초반에 이런 모습이 굉장히 많아서, 저희는 측정 쪽으로 가려나 예측했어요.
이때 너무 재밌었던 게, 한 친구가 교사 옆에서 “내가 옷 만들어 줄까?” 하면서 놀고 있었어요. 이번에도 옷의 모양은 없어요. 대신 길게 그냥 대고 “이거 너 옷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 옆에서 어떤 친구가 ‘ㅜ’를 만들어 와서 “선생님, 글자 만들었어요.” 하고 동시에 이야기한 거예요. 이 두 생각이 만나니 옷이 됐어요.
서로 이야기한 걸 듣고 “너처럼 만들면 치마를 만들 수 있겠다.” 하며 길게 길게 다 같이 붙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도와줄게, 내가 도와줄게.” 서로 도와주면서 이렇게 치마가 만들어졌어요.
이런 옷을 보면서 옷 디자인이나 측정, 액세서리 만들기 쪽으로 놀이가 이어지겠구나 예측했는데, 놀이는 절대 교사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죠. 집을 만드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형태를 구성하는 걸 더 좋아하더라고요. “어? 그런데 문은 어디야?” 했더니 처음엔 “이건 다 뚫려 있으니까 들어올 수 있어요.” 하고 넘어가는 것 같더니, 뭔가 고민이 됐나 봐요. 다 막아 와서 “선생님, 이제 문 생겼죠?” 해요. 긴 종이니까 틈이 있잖아요. 이 틈 사이로 들어오는 거래요.
이걸 보고 긴 종이로 만드는 작품을 아이들에게 보여 줘도 좋겠다 싶어 놀이 소개를 했어요. 퀼링 아트라는 게 있더라고요. 굉장히 복잡하잖아요. 놀이 소개가 끝나고 한 친구가 갑자기 저한테 뭘 주는 거예요. “이거 뭐야?” “아까 그거요!” 나름대로 표현해 본 거예요. 퀼링 아트처럼 표현하지는 못해도 자극이 됐던 것 같아요. 그동안은 늘 세로 방향으로만 붙였는데, 이제는 지그재그로, 격자로 붙이는 시도가 나타났고, 더 복잡하게 만들고 싶어 하는 모습도 보였어요.
도전 과제 — 무지개와 놀이터
소개해 준 것을 벽에 붙여 줬는데, 우리 반 아이들은 무지개를 너무 좋아해요. 처음에는 그려서 위에 붙이면 무지개가 완성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클레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만, 종이라서 붙일 수가 없잖아요. 그다음에는 이렇게 붙이면 되겠다 했는데 길이는 생각을 못 했어요. 똑같은 길이로 빨주노초파남보를 붙였더니 하나만 보이는 거예요. 이 방법도 안 되네 하고 이번에는 뒤로 나란히 놓고 “선생님, 무지개 됐어요.” 하기도 했어요. 계속 해 봐도 안 되니까 색칠을 해 버린 친구도 있어요. 위에 붙이는 대신 밑에 무지개를 그려서 해결한 거죠.
놀이터도 굉장히 만들고 싶어 해요. 그런데 아직은 입체로 구성하는 게 어려워서, 요즘에는 꼬불꼬불 붙이는 걸 하고 있어요.
이야기가 노래가 되기까지
놀이터를 만들다가 우연히 꼬불꼬불한 모양이 나왔어요. 이 친구가 “하하, 나 이렇게 했어!” 하더니 이건 회오리바람이래요. 그게 너무 이야기 같은 거예요. 옆에서 “그래?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했더니, 회오리바람 밑에 사람을 길쭉하게 그리면서,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가던 사람이 태풍을 만나 날아갔대요.
“그래서 날아간 사람은 어떻게 됐는데?” “하늘나라로 날아갔죠.” “그래? 그럼 하늘나라 간 것도 만들어 볼까?” “네!” 부모님들은 하늘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세요? 이 친구도 구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구름은 뭉게뭉게하잖아요. 동그랗게 하다 보니 동그라미만 만들어지고 뭉게뭉게가 안 돼요. “어, 근데 난 구름 못 만드는데…” 하고 그날 놀이가 끝났어요.
다음 날 놀이 소개 시간에 “얘들아, 이 친구가 다음 장면을 만들고 싶은데 구름을 못 만들겠대. 어떻게 하면 구름을 만들 수 있을까?” 했더니 아이들이 아이디어를 주더라고요. “이렇게 고리처럼 연결해서 붙이면 되죠.”
놀이 소개 시간에 말로 이야기해 주기도 하지만, 놀이 시간에 실제로 만들어 와서 보여 주는 친구들도 있었어요. 친구들의 도움으로 구름이 완성됐어요. 구름을 만들고 나서 또 그림을 그려 주는데, 날아간 사람이 구름을 먹고 있는 거래요. 구름을 먹고 배가 뚱뚱해져서 구름빵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대요. 그러면서 이 친구가 “그런데 이거 꼭 동화 같은데?” 해요. 정말 이야기 같았어요.
어린이들의 생각 + 디지털 미디어
이걸 좀 더 재미있게 드러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침 설립자님께서 교실에서 써 볼 만한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셨어요. 요즘에는 AI가 노래를 만들어 준대요. 간단한 이야기를 입력하면 앨범 커버도 만들고 노래도 만들어 준다고요. 한번 해 볼까? 해서 그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 두 장면을 AI에 입력해 봤어요.
- 태풍이 불던 어느 날
- 우산을 쓰고 가던 사람이 날아갔어
- 날아간 사람이 하늘나라로 가서 구름을 먹었어
- 엄청 많이 먹어서 배가 뚱뚱해졌어
- 구름을 먹어서 하늘을 둥둥둥 떠다녔어
- 그런데 사실, 날아간 사람은 우리 아빠야
배가 뚱뚱해졌다고 하더니 갑자기 아빠래요. 너무 멋지죠? AI에 입력하면 노래를 두 개씩 만들어 줘요.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한 건, 내가 쓴 이야기가 그대로 가사가 된다는 거예요. 가사를 바꾸지 않고 내가 쓴 그대로 부르니까 그게 너무 좋았나 봐요. “어? 이거 아까 그거랑 똑같네.” 했어요.
이걸 놀이 시간에 “너희들 생각이 컴퓨터와 만나면 이렇게 재미있는 노래가 된대.” 하고 소개해 줬더니, 요즘에는 너도나도 찾아와요. 공유모임 준비하느라 며칠 못 했더니 하루에 열 번도 찾아와서 “내 거 됐어요? 노래 만들었어요?” 물어봐요. 요즘에는 많은 친구들이 도전하고 있어요.
몇 가지 소개해 드릴게요. 이 친구는 동물 놀이터를 만들었어요. 이 놀이가 좋았던 건, 다섯 살은 아직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표현하기 어렵잖아요. 긴 종이로 큰 배경 같은 걸 만들고 내 생각을 이야기해 주면 AI가 노래를 만들어 주니 아이들이 굉장히 동기 부여를 얻더라고요. 이건 수풀을 표현한 거예요. 수풀 속 동물 놀이터에서 토끼, 강아지, 햄스터, 코끼리, 사자, 치타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때, 찾았다, 코끼리! 이제 코끼리가 술래예요. 이렇게 간단하게 이야기를 만들어 줬어요.
이건 공룡과 해양 동물을 좋아하는 친구가 만든 거예요. 공룡 두 마리가 싸우다가 바다에 빠졌어요. 그 공룡들 때문에 바다에서 헤엄치던 일각고래가 기절했는데, 그 사이에 상어가 나타나 일각고래를 꿀꺽해 버린 거예요. 저희가 놀란 건, 일각고래 모양이 정말 비슷하다는 거예요.
저희는 아이들이 대충 만들어도, 간단히 이야기만 하면 선생님이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것조차 어린이들은 엄청 고심해서 만든 거더라고요. 밑에 있는 상어는 일각고래를 잡아먹어야 해서 입을 벌리고 있는 거예요. 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려고, 어떻게 하면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구나 알 수 있었어요.
이 노래가 재미있었던 건, 다른 노래들은 대부분 신나는 분위기였는데 이건 하나는 뮤지컬처럼, 하나는 슬프게 만들어졌어요. 들려드릴게요.
빠른 노래를 들을 때는 아이들이 막 움직여요. 노래가 만들어지면 항상 들려주는데, 춤추고 따라 부르고 싶어 해요. 처음 듣는 노래인데도 우리가 만든 거라 따라 부르고 싶은가 봐요. 그런데 다음 노래를 듣고는 아이들이 정말 울려고 했어요.
너무 슬프죠? 이 노래를 듣고 분위기가 너무 심각해졌어요. “얘들아, 왜 그래?” 했더니 “너무 슬퍼요. 잡아먹혀서.” 일각고래가 불쌍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일각고래가 없어져서 일각고래를 찾을 친구가 불쌍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한동안 공룡이 나쁘다, 잡아먹은 상어가 나쁘다, 의견도 분분했고요. 분명 가사는 똑같은데, 신나게 만들어지면 댄스 파티처럼 춤추며 “이거 진짜 웃긴 노래야” 하다가, 분위기만 바뀌면 “이거 너무 슬픈 노래예요. 너무 불쌍해요.” 하는 반응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어린이들의 첫 스토리텔링이 AI와 만나 지금은 노래 만들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이야기
긴 종이를 지원했을 때 교사는 옷 디자인이나 측정 쪽으로 가리라 예상했지만 전혀 다른 흐름으로 이어진 것처럼, 지금 이야기가 앞으로 어디로 갈지도 몰라요. 노래는 만들고 싶은데 긴 종이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친구도 있어서 책 만들기로 이어질 수도 있고, 아까 놀이터처럼 노래보다 입체로 구성하는 데 관심이 있는 어린이들도 있어요. 카메라에도 관심이 굉장히 많아서 웹캠으로 계속 뭔가를 하고 싶어 하니, AI뿐 아니라 컴퓨터를 이용한 놀이로 흐름이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린이들이 이렇게 놀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따라가면서 놀이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3월이 지났으니 이제 괜찮아졌겠지, 하는 건 아니에요. 얼마 전에도 적응을 잘하는 것 같던 친구가 갑자기 너무 부끄럽다며 울기 시작했어요. 어린이들이 적응하는 시기는 다 달라요. 지금도 설레는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여전히 함께 있어요. 적응은 학기 초가 지났다고 끝나는 게 아니에요. 어린이들이 놀이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이 처음 겪는 것이잖아요. 그 모든 놀이 상황 안에서 어린이들은 3월 회고 때처럼 양가감정을 느낄 거예요.
그 안에서 실패하고, 때로는 친구와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포기하고 싶거나 짜증이 날 때도 있겠지만, 저희는 이런 갈등을 오히려 반기는 편이에요.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고 좋은 것만 하는 게 좋은 경험이 아니라, 잘 안 됐을 때 다시 한번 딛고 일어나고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찾아가는 것, 그게 한미유치원의 매력이라고 저희는 생각해요.
남은 다섯 살 시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린이들은 설렘과 두려움을 함께 느끼겠지만, 그 안에서 건강하게 이겨 내고 마주한 상황을 잘 해결해 가는 태도를 배우는 시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요즘에도 어린이들은 “나는 못 해요.” 이야기를 많이 해요. 3월에는 정말 무조건이었어요. 무엇을 이야기하든 “나는 못 해요. 나는 안 해요.” 필요할 때는 “나는 아기잖아요.”도 많이 썼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내가 한번 해 볼게요.” 하며 도전하는 모습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요.
…나는 못 해요 ㅠㅠ → 내가 한번 해 볼게요!
어린이들의 처음을 가정에서도 많이 응원하고 격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나름의 속도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꽃반의 성장이, 어른의 눈으로 보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처음 겪는 어린이들의 시선에서 함께 의미 있게 바라봐 주시고 함께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0년 전 꽃반의 적응 기록: 놀이에서 배우다 — 적응하는 꽃(2014, 30주년 기념 신문) →
입학 전 궁금한 점은 2027학년도 FAQ — 배변·낮잠·의사표현이 서툰 만 3세도 괜찮을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