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세(여섯 살) 나무반 · 2024학년도 2학기 공유모임에서 담임 교사가 부모님들께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한눈에 보기
- 아파트 층수를 읽는다고 수의 의미를 아는 것은 아닙니다. 여섯 살 어린이들은 5 이하의 작은 수를 다루며 수 감각의 핵심을 익혔습니다.
- 하나씩 짚으며 세기(1대1 대응)에서 ‘5원은 1원이 다섯 개’를 이해하기까지, 어린이마다 경로와 속도가 달랐습니다.
- 단추 화폐(5원·1원), 번 돈 나누기, “5원을 잘라 주세요”처럼 수가 공평함과 배려의 문제와 만났습니다.
- 또래끼리 가르치고 다른 반에 홍보하면서, 가게 놀이는 만 4세반 전체의 ‘천국시장’으로 번졌습니다.
- 교사는 놀이를 정해 주기보다 어린이들이 궁리할 시간을 주고, 열린 질문으로 함께했습니다.
흐름 그림 글로 읽기
1학기: 공유 공간의 춤 놀이에서 쉬다가 도넛 가게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치면 가게로, 고양이가 지치면 춤이나 게임으로 갔다가 새 생각이 나면 다시 가게로 돌아오기를 되풀이했습니다. 저마다 돈을 만들면서 혼돈의 가게가 되었고, 이야기를 나누어 돈의 크기를 통일하고 함께 돈을 정했습니다. 돈이 스티커처럼 쓰이고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서 두 번째 침체기를 맞았습니다.
여름방학: 학기 초부터 이어진 클레이 놀이에서 “아! 이거 만두다!”가 나와 만두 가게가 열렸고, 교실 밖으로 길을 내 많은 어린이가 ‘취직’했습니다.
2학기: 교사가 단추 화폐(큰 단추 5원, 작은 단추 1원)를 제안했습니다. 돈에 가치가 생기자 “같이 놀았는데 나는 왜 돈 못 받아?”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다른 반 선생님의 한마디로 하트 가게 홍보가 시작되어 동생 반으로 나갔고, 43원을 다섯 명이 나누었습니다. 교사가 5원을 슬쩍 끼워 주자 “잘라 주세요”에서 5원은 1원이 다섯 개임을 깨달았습니다. 쿠키·아이스크림, 주스, 반지, 하트, 미니카, 김밥·케이크, 토끼, 팽이 가게로 갈라져 만 4세반 전체의 ‘천국시장’으로 번졌습니다.
작은 수, 풍성한 배움의 씨앗
어린이들은 일상의 놀이 속에서 수 세기, 더하기, 나누기 등 다양한 수학적 경험을 하며 자연스럽게 수 개념을 익혀 갑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어린이들이 아파트의 높은 층수를 읽을 줄 안다고 해서 반드시 수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5 이하의 작은 수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수 감각의 핵심 요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미유치원의 가게 놀이 사례는 이를 잘 보여 줍니다. 물건을 사고팔며 돈을 세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1대1 대응, 즉 각 대상을 순서대로 손가락으로 정확히 짚으면서 수를 세는 경험을 합니다. 화폐 단위를 1과 5로 정하면서는 5를 하나로 인식하기도 하고 5개의 합성으로 이해하기도 하는 등 수에 대한 다양한 이해의 층위를 보여 줍니다. 번 돈을 공평히 나누려는 시도에서도 흥미로운 교육적 상황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가게 놀이는 풍성한 맥락 속에서 어린이들이 협력하여 공동의 배움을 구성해 가는 기회가 됩니다. 정해진 교육 내용을 단계별로 지도하기보다는 흥미로운 현상에 몰입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집니다. 놀이 안에서 어린이들은 내적 동기에 따라 능동적으로 수 감각을 기르며, 5와 1의 관계를 설명하고, 실생활 맥락에 근거한 문제 해결 전략을 공유하며 서로 가르치고 배웁니다. 동생들에게 가게 놀이를 알리는 과정 역시 주도성과 또래 교수 능력을 기르는 기회가 됩니다.
교사는 이 과정에 함께하되 일방적 지식 전달보다는 열린 질문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배움의 즐거움을 나누는 촉진자이자 동료 학습자가 됩니다. 여섯 살(만 4세) 나무반 어린이들의 그 여정을 소개합니다.
모든 놀이는 서로 이어져 있다
2학기 상담 중 가정에서 궁금했던 것은?
공유모임을 준비하며 2학기 상담에서 어머님들이 특히 궁금해하신 것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또래 관계, 놀이에서 보이는 즐거움, 전반적인 발달, 그리고 개별적인 관심사였습니다. 특히 또래 관계를 많이 궁금해하시는데,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이할 때 또래 관계는 자연스럽게 생기고, 좋은 또래 관계는 다시 놀이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선순환을 이룹니다.
어린이들의 놀이에 대한 애착은 나이가 들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한 어린이가 놀이 시간이 끝나자 “한 시간만 더 놀자”며 울었습니다. 다섯 살, 여섯 살 초반에는 “정리하자”는 말에 순순히 응하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선생님 팔을 붙잡고 떨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도 놀이를 마무리해야 할 때는 어린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어린이들의 관심사나 발달 사항을 따로 체크하기보다 놀이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찰합니다. 놀이를 통해 수 개념이나 문자 발달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피는 것이지요. 학부모님들과의 모임에서도 놀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까닭입니다.
어린이들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생각을 발전시키며 이끌어 간다
나무반의 놀이는 교실 매체를 이용한 놀이, 유치원 공간을 활용한 놀이, 컴퓨터를 활용한 놀이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구분은 편의상의 것일 뿐, 실제로는 모든 놀이가 서로 긴밀하게 이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3D펜을 이용한 놀이가 자연스럽게 역할놀이나 가게 놀이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 놀이들은 교사의 지시나 제안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생각을 발전시켜 이끌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놀이는 단연 가게 놀이입니다. 얼마 전 유치원에 참관 손님이 오셨을 때도, 평소 같으면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는 상황인데 어린이들은 “가게에 가야 한다”며 동생 반으로 가게 물품을 챙겨 나가려 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줘” 하고는 어린이들의 요청을 들어주었지요.
춤추다 지친 발걸음이 이끈 도넛 가게
가게 놀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유치원 공유 공간에서 늘 춤 놀이를 하던 어린이들이 지쳐 쉬면서 주변 놀잇감을 살펴보기 시작했어요. 늦게 하원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놓아둔 놀잇감들이었는데, 이것들을 탐색하다가 가게 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놀잇감을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다시 해석해 어떤 것은 음료수로, 어떤 것은 도넛으로 상상하며 가게를 만들어 갔습니다. 한 어린이가 “도넛 가게 간판이 필요하다”며 도넛을 그려 올리면서 놀이는 더 정교해졌죠. 지불 방식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카드로 맨날 이렇게 사잖아요” 하며 교사와 친구들에게 카드를 나눠 주었습니다.
이런 역할놀이는 어린이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입니다. 지O이는 늘 역할놀이에서 언니가 되어 공부하고 가끔 동생도 가르쳐 주는데, 실제 언니의 모습을 보고 이해하고 다시 재현하는 과정일 것입니다. 가게 놀이도 이런 역할놀이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놀이는 점점 넓어졌습니다. 메시지 센터에서 만든 작품을 가게로 가져오고, 간판에 이어 도넛도 그려서 진열했으며, 가게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울 때를 위해 가짜 주인까지 만들어 두었지요. 공유 공간에서 신나게 춤추다 지치면 가게 놀이가 시작되는 일이 되풀이되었고, 컴퓨터 놀이에서 본 세계 국기 찾기가 이어져 태극기를 간판으로 쓰는 ‘대한민국 도넛 가게’도 생겼습니다.
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국면
재미있는 점은 어린이들이 물건을 사는 것보다 파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정작 손님이 없다 보니 가게 놀이는 다른 역할놀이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가게에서 고양이를 키우거나, 도둑이나 해적이 나타나 물리치는 상황을 만들어 냈죠. 한 친구의 아이디어가 재미있으면 다른 친구들이 자기 생각을 더하며 놀이가 자랐습니다. 고양이가 말을 듣지 않아 지치면 다시 춤 놀이나 게임으로 갔다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가게 놀이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어린이들이 돈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가게 놀이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저마다 자기 돈을 만들다 보니 상황이 점점 혼란스러워졌습니다.
혼돈의 가게 놀이 — 어린이들이 하고자 하는 걸 따라가 보자
1학기에는 계속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이거는 지금 동그라미가 잘못됐어”, “요리가 아직 안 됐어” 하며 100원, 1000원을 받지 않으려 했고, 가게 주인 중에는 어떻게든 팔고 싶어서 아무 돈이나 다 받는 어린이도 있었죠. O임이는 메시지 센터에서 열심히 만든 대왕 카스테라 하나로 가게를 열고 “500원이에요” 하고 값을 정했지만, 실제로는 팔지 않고 “보고 가세요” 하며 구경만 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자 전날의 사진을 보며 놀이를 함께 돌아보았습니다. 어린이들은 “친구들의 돈이 너무 달라서 힘들었다”고 했고, 함께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돈의 크기를 통일하기로 하고 교사가 종이를 잘라 주었으며, 팔지 않을 물건은 진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돈에 그림이 꼭 있어야 한다고 했고, 지O이가 “꽃을 그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도O이는 “어떤 게 어떤 돈인지 모르니까 다 같이 정한 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천만 원, 억 원까지 큰 금액을 이야기해서 교사도 억이 동그라미 몇 개인지 헷갈릴 정도였지만, 도O이의 의견을 시작으로 다른 친구들도 함께 정하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렇게 돈마다 들어갈 그림을 정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각자의 돈을 그렸습니다. 달라진 점은 모두가 돈 뒷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정성껏 만든 물건은 잘 팔지 않았습니다. 큰 도넛을 사고 싶은 손님에게 “요리 중입니다”, “청소 중입니다”, “초콜릿을 아직 안 만들었어요” 하며 돌려보내곤 했죠. 반 전체가 함께 정한 돈을 쓰자고 했지만 “우리 반에서는 이렇게 정했지만, 난 이 돈을 쓸 거야” 하며 자기 돈을 만드는 어린이도, 반에서 정한 돈을 보고 비슷하게 만드는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그러면 어린이들이 하고자 하는 걸 한번 따라가 보자’ 하고 놀이를 이어 갔습니다. 그러다 4만 5천 원짜리 왕도넛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유O이와 애O이의 왕도넛을 두고 “도대체 4만 5천 원이라는데 어떤 돈을 내야 돼?” 하고 묻자 여러 의견이 나왔습니다. 어떤 어린이는 “4 더하기 500 더하기 0”이라고 했고, 숫자를 많이 아는 시O는 “만 원짜리가 4장 있어야 되고 천 원짜리가 5개 있어야 되고”라고 정확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서O가 “천 원짜리 45개를 내면 된다”고 했습니다. ‘맞는 것 같은데, 어떻게 이걸 바로 얘기했을까?’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서O는 방학 전부터 집에서 아빠와 장사 놀이를 하며 “3,000원 안 받아요”, “거스름돈 제대로 주셔야죠” 하고 이런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있었습니다. “4 더하기 500 더하기 0”도 나름대로 그럴듯한 어린이들만의 논리였지요.
그림이 어려운 친구들은 “꽃 좀 그려 줘”, “캡틴 어떻게 그려?” 하며 도움을 청했고, 결국 교사가 그림을 출력해 나눠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돈들은 거래보다 스티커처럼 꾸미는 데 더 많이 쓰였고, 가게 주인들도 물건을 잘 팔지 않아 가게 놀이는 두 번째 침체기를 맞았습니다. 그사이 수에 관심이 생긴 어린이들은 주사위에도 관심을 가져 “높은 숫자 나온 팀이 이기는 거야” 같은 놀이를 이어 갔고, 교사는 짝수와 홀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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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가게가 열어 준 문 — “아! 이거 만두다!”
여름방학 때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방학에는 담임 교사가 출근하는 날이 적어 놀이를 재정비하며 쉬었는데, 부담임 선생님이 보내 준 사진을 보니 방학 중에는 공유 공간에 나가지 않는다는 약속과 달리 어린이들이 교실 밖에 나가 있었습니다.
만두 가게는 서O의 클레이 놀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학기 초 서O는 색깔 애벌레를 만들었는데, 손으로 정교하게 만드는 것은 조금 서툴렀지만 색을 섞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은 늘 자기 놀이를 더 재미있게 만들 방법을 궁리하는데, 서O의 눈에는 이 애벌레가 만두처럼 보였던 거죠. 그러다 클레이로 만든 자동차 바퀴를 클레이에 찍어 보니 재미있는 모양이 나왔고, 서O는 “아! 이거 만두다!” 하며 만두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친구들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색깔 만두 가게니까 다 달랐으면 좋겠어”라는 의견이 나왔고, “이 만두보다 조금 더 진하게 만들면 어떨까?” 하며 색을 비교해 가며 다양한 만두를 만들었습니다.
한편 교실에서는 클레이 자동차 놀이를 하며 마스킹테이프로 길을 만들었는데, 이 길이 공유 공간과 교실까지 쭉 이어져 있었습니다. 방학에는 부담임 선생님 혼자 어린이들을 돌봐야 해서 모두 치우고 “방학 끝나고 다시 생각해 보자”고 했지요. 그런데 공유 공간에서 노는 것을 무척 좋아한 서O가 나름의 책략을 세운 것 같았습니다. ‘가게가 밖에 있으면? 그냥 가는 길을 만들면? 그러면 선생님도 어쩔 수 없겠지.’
그렇게 밖에 갑자기 만두 가게와 길이 생겼고, 다른 어린이들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 밖에 나가네?” 하며 많은 어린이가 만두 가게 직원으로 ‘취직’했고, 사장님부터 아르바이트생까지 여러 역할이 생겼습니다.
궁리하는 시간의 마법
이 모습을 보며 교사들은 생각해 보았습니다. 만약 우리가 어린이들에게 정해진 놀이를 제안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교사나 어른이 놀이를 제안하면 그것이 하나의 ‘답’이 되어 버립니다. 어린이들은 그것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뭔가 잘못한 것 같아 더 궁리하지 않게 됩니다. 반면 어린이들끼리의 궁리는 달랐습니다. 한 어린이가 새로운 생각을 내면 다른 어린이가 “어, 그래? 나도 좀 더 재미있는 거 해 볼까?” 하면서 놀이가 더 풍성하게 뻗어 나갔습니다.
그래서 한미유치원 교사들은 제한보다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그래? 우리 한번 해 볼까?” 하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들어 가는 시간이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어린이들은 “어떻게 하면 이 놀이를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하며 계속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 냈습니다. 만두 가게가 열리자 여자 친구들은 주스 가게를 열었습니다. 더 예쁜 걸 해야죠.
단추 화폐와 작은 깨달음 — 공정과 배려
1학기에는 돈이 너무 다양해서 혼란스러웠고, 교사들도 ‘억’ 단위가 나올 때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5와 1로만 된 화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유치원에 5와 1짜리 돈이 있었지만 일곱 살 새반에서 모두 쓰고 있어서, 큰 단추는 5원, 작은 단추는 1원으로 정했습니다.
여섯 살 후반이 되면 수 공부나 글자 공부를 걱정하시는 학부모님이 많은데, 어린이들은 가게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수를 익혀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가게 놀이로 수 개념을 더 탐구할 수 있도록 돈의 가치도 정해 주었습니다. 1원은 디폼블록 한 개와 바꿀 수 있게 했지요. 놀이는 더 다채로워져 주문서도 만들고 화장실도 만들었습니다. 주스 가게를 연 여자 어린이들은 “저쪽은 남자 화장실, 이쪽은 여자 화장실” 하며 화장실부터 만들었는데, 엄마와 가게에 갔을 때 화장실이 신경 쓰였던 걸까 싶었습니다.
디폼블록으로 보상을 하면서 돈에 가치가 생기자 문제도 생겼습니다. 지O이, 하O이, 다O이가 함께 가게를 했는데, 지O이와 하O이는 그림을 그렸고 다O이는 계산만 했습니다. 그러자 “너는 돈을 줄 수가 없어. 우리가 그린 그림이잖아.”가 된 거죠. 들어 보니 일리가 있었지만 다O이는 살짝 속상해했습니다.
이후 다O이는 그림 그리는 것을 조금 배워 와서 작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교사는 그것을 많이 사 주며 격려했습니다. 얼마 뒤 예O가 속상한 얼굴로 “친구들이 나 가게 놀이 못 하게 해요” 했습니다. 하O이와 서O가 며칠에 걸쳐 준비한 가게에 갑자기 들어가려 했던 것이었죠. 그때 다O이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너, 나도 그랬었다. 내가 그리지 않으니까 가게에 참여 못 했어”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교사도 설명했지만, 비슷한 일을 겪은 다O이의 말이 예O에게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놀이 안에서 겪은 속상한 경험이 나중에는 다른 친구를 도와주는 지혜가 되는 것이죠. 이런 상황은 가게 놀이뿐 아니라 다른 놀이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어린이들은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성을 길러 갑니다.
수를 알아가기 — 다양한 경로, 다양한 스타일
가게 놀이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연스럽게 수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O임이가 3D펜으로 반지를 만들자 관심 있는 친구들이 함께 만들고 색칠하면서 반지가 정말 많이 팔렸습니다. 번 돈을 디폼블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5원도 한 개, 1원도 한 개로 세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모두 “1, 2, 3, 4” 하며 하나씩 셌죠. “5원하고 1원하고 다르잖아요?” 하자 어떤 어린이들은 5원이 1원과 다르고 5원에는 1원이 5개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실제로 셀 때는 5원을 디폼블록 한 개와 1대1로 바꾸었습니다.
돈 세는 영상을 보면, 다O이는 수 세기가 어려워 계속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보며 중간에 헷갈려했습니다. 하O이는 비교적 정확하게 셌지만 5원짜리를 놓쳤습니다. 그때 서툴렀던 다O이는 지금은 잘 세게 되었습니다. 특히 10을 넘어가면 많은 친구가 헷갈려했고, “완벽하게 알아냈어요~” 하며 다가왔지만 맞지 않은 친구도, 1대1 대응도 어려워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마다 수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달라서 모두 다른 상황에서 배워 나갔습니다. 관심과 경험이 많은 친구들은 조금 더 빨리 알아 갔죠. 만두 가게에서 7개를 사야 하는데 교사가 5원 1개와 1원 2개를 주자 “왜 세 개만 주냐”며 화를 내는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점차 어린이들은 1대1 대응을 넘어 5원의 의미와 돈의 크기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수를 빨리 아는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에게 설명도 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이거는 다섯 개잖아요.
- 이것도 다섯 개잖아요.
- 더하면 열 개잖아요.
- 이것도 똑같잖아요. 이러면 20이 되잖아요.
- 아, 이게 20이 되는구나? 그다음을 세어 볼까?
- 1, 2, 3, 4, 5, 6, 7, 8, 9
- 29개가 됐네, 그러면 디폼블록 29개 가져가면 되겠다.
교사는 이 과정을 영상으로 찍어 어린이들에게 보여 주었고, 어린이들은 “아, 내가 저렇게 했네”, “어떻게 해야 되는구나” 하며 되풀이 속에서 서서히 알아 갔습니다. 한 친구가 “이렇게 하면 편해” 하며 5원짜리 돈에 디폼블록 5개를 붙여 세는 방법을 고안했고, 이 방법이 이야기 나누기로 공유되자 다른 친구들도 정확하게 디폼블록을 가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우O이의 수 세기 영상은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을 세는데, 하얀 큰 5원짜리가 정말 걸리적거렸습니다. 포기할 줄 알았는데, 우O이는 고민 끝에 하얀 5원짜리를 뒤로 따로 빼놓았습니다. 그렇게 “이거 열이야” 하고 10을 확실히 세었고, 그다음부터는 손가락을 더 구부리지 못한 채로 “11, 12, 13” 하며 세어 나갔습니다. 우O이는 5원이 1원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지만, 세다 보니 그 5원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고민했고, 결국 자기만의 해결책을 찾아낸 것이죠. 어린이들은 모두 이런 과정을 거치며 수를 알아 가는 것 같습니다.
가게 놀이의 영향은 일상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어린이들이 갑자기 오전 간식 요구르트를 세기 시작했는데, “12, 14, 16, 18, 20” 하며 세다가 “맞네. 20”, “짝수가 10개 있는 거야” 하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고, 계속 되풀이해 세었습니다.
반에서 생일이 제일 빠른 하O이, 반 막내 연O이, 숫자를 제일 좋아하는 시O이가 함께였습니다. 하O이는 이해가 조금 더 빨랐고, 연O이는 친구들을 도우며 “이게 무슨 소리지?” 하다가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조금씩 배워 나갔습니다. 어린이들은 계속 “다시!” 하며 되풀이했고, 하O이도 “이게 내가 알아 가는 과정인가?”, “내가 하는 게 맞나?” 하며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그날은 간식도 동전도 가져와서 정말 모든 것을 셌고, 결국 줄 세우기로 마무리했습니다.
수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클레이로 만든 것들도 세기 시작했습니다. 연O이는 “하나, 둘, 셋” 하며 세다가 끝이 없어서 “어떻게 하면 잘 셀 수 있을까” 고민했고, 한 줄로 세워야 한다고 제안해 동그라미를 한 줄로 쭉 세워 세는 경험도 했습니다. 디폼블록을 바꿀 때는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 1대1로 가져가는 친구들에게 “그거는 그렇게 하면 안 돼” 하고 알려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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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순간, 함께의 시간
O성이의 이야기가 신기했습니다. 교사와 친구들이 여러 번 설명해 줄 때는 그냥 지나가더니, 어느 순간 시O이가 알려 주자 그때부터 제대로 가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얘기해 줬는데 못 알아먹겠고, 친구들이 얘기해도 못 알아먹겠는데” 하다가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면서 “아, 그건 이거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이 온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각자의 ‘알아 가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에O이와 예O이는 다른 놀이는 잘했지만 수에는 “저는 수 몰라요”, “관심이 별로 없어요”, “안 바꿔도 돼요” 하며 관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어? 친구들이 뭘 바꿔 가네?” 하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늦게나마 1대1 대응부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들의 놀이와 배움의 시간은 모두 다릅니다. 획일적인 진도를 나가다 보면 어떤 어린이는 알지만 어떤 어린이는 모르고 지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를 길게 이어 가다 보면, 처음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이나 없었던 어린이나 시간 차이는 있을지언정 결국 같이 가는 순간이 옵니다.
오히려 늦게 시작한 어린이들이 더 빠른 속도로 배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은 가게의 큰 도전
만두 가게가 잘 되지 않아요 ㅜㅜ… 유치원에 오기 싫어요 ㅜㅜ
만두 가게가 잘되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현관에서 들어오기도 싫어할 정도였습니다. 어머니도 “다른 가게를 해 보는 건 어때?” 하고 도와주셨고 교사들도 비슷하게 제안했지만, 만두 가게 사장님은 프라이드와 고집이 있어서 쉽게 바꾸지 않았습니다. 결국 안 팔리는 날이 이어지자 “안 되겠다. 종류를 바꿔야겠다” 하고 쿠키 가게로 바꾸었고, 이어서 떠먹는 아이스크림 가게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이때 ‘햄버기’라는 마스코트를 만들었는데(“햄버거 아니에요, 햄버기예요”), 이 마스코트 덕분에 가게에 다시 활기가 돌았습니다. 친구들이 햄버기를 보러 오고 따라 만들면서 햄버기가 많이 생겼지요. 놀이를 완전히 바꾸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의 출구를 찾아 간 것입니다.
반지 가게는 하루는 아주 잘 팔렸다가 며칠 뒤에는 반지가 고장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여자 어린이들이 “더 많은 곳에서 팔아야 해요”, “반에서는 더 이상 살 친구가 없으니 다른 데 가자” 하고 의견을 냈습니다. 이 시기 어린이들은 ‘내가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이것을 팔 수 있을까’, ‘친구들에게 무엇이 인기 있을까’를 깊이 생각했습니다. 하트를 만들 때는 또래 교수가 많이 일어났는데, 하트를 잘 만드는 서O와 종이접기를 좋아하는 시O이가 하O이에게 알려 주고 함께 만들어 가게를 열었습니다. 같이 팔다 보니 수익 배분 문제도 생겼고요.
하트 가게를 며칠 준비해 밖에 판을 벌였을 때, 지나가던 다른 반 선생님이 “너희 뭐 하는 거야?” 물으셨고, 어린이들이 “우리 이거 가게예요” 하자 “너희가 뭘 파는지 알려 줘야 친구들이 오지 않을까?” 하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부터 어린이들은 “어? 우리 다른 반에 가서 알려야 돼?” 하며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 그럼 다른 반 방해되지 않게 좀 알려 보자” 하자마자 홍보를 떠났습니다.
어린이들은 일곱 살 새반과 다섯 살 꽃반으로 홍보를 떠났습니다. 전에 새반 언니들이 페이스페인팅을 하며 종이돈을 받고 바꿔 준 경험이 있어서인지 당당하게 “무슨 가게가 열렸고, 너희는 뭘 갖고 와야 되고” 하고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다른 반에는 단추 돈이 없어서 종이를 받아 오면 교사가 돈으로 바꿔 주기로 했습니다. 새반에서 “우리가 더 잘 만들어. 하트? 아니야 괜찮아”라는 말을 들은 뒤로는 일곱 살 반에는 가지 않고 다섯 살, 여섯 살 반만 다녔습니다.
홍보한 날은 정말 잘 팔렸습니다. 처음에는 몇 명 안 되었는데 “나도 가서 홍보해 주겠다”며 홍보원이 늘어났고, 특히 다섯 살 동생들이 하트를 많이 사 갔습니다. 꽃반 선생님이 “동생들이 여기까지 올라오기에는 조금 위험하지 않냐”고 하셔서, 어린이들이 직접 신관의 공유 공간으로 찾아가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놀이 시간이 맞아야 했기에 바로 옆 꽃반에 가서 “선생님, 놀이 시간 언제예요?” 하고 확인하고 팔기도 했지요.
돌아와서는 수익 배분 문제가 생겼습니다. 종이돈을 단추 돈으로 바꿔 주었더니, 43원을 다섯 명이 나눠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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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함의 여러 가지 모양
처음에는 10개씩 나누다가 3개가 남자 다시 합쳐 다섯 개씩 나누고, 그다음에는 하나씩 나누어서 결국 세 명이 9원, 두 명이 8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여자 친구들은 똑같이 나누는 것에 덜 집착한 반면, 남자 어린이들은 정확히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자 친구들은 “괜찮아요”, “너희가 괜찮으면 괜찮아, 아무도 속상하지 않으면 괜찮아” 하는 태도였습니다.
가게가 열렸어요!
이런 성공적인 경험 때문인지 다른 친구들도 뭐든 만들어서 팔고 싶어 했고, 일정이 맞으면 교실이 텅 빌 정도로 모두 신관에 가서 가게 놀이를 했습니다. 하트 가게, 미니카 가게, 클레이로 만든 떠먹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생겼습니다. 떠먹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여자 친구가 블루베리 맛과 딸기 맛을 사자 서O는 진짜로 먹지 말라고 당부했습니다. 서O는 아직 만드는 것은 어려웠지만 색깔 만드는 것은 잘했고, 숟가락 하나만 있으면 팔 수 있다고 생각해 늘 숟가락을 들고 다녔습니다. 아직 마르지 않은 클레이는 가지고 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섯 살 반에서는 떠먹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열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왔는데, “다들 클레이만 만지고 다른 걸 안 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어린이들은 동생들에게 “저기 조그만 건 두 장을 갖고 와, 큰 건 다섯 장 갖고 와” 하며 값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미니카 하나에 5장, 10장까지 받으며 바가지를 씌웠는데도 동생들은 그게 너무 좋았나 봅니다. 동생들은 이상한 것도 다 사면서 즐거워했다고 합니다.
수익 배분에서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가게를 한 서O와 유O이는 “선생님 저희는 8개예요. 짝수예요!” 하며 신나 했고, 배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희는 문제가 없죠” 하며 딱 4개씩 나누었습니다. 반면 여자 어린이들은 굉장히 많이 벌었는데도 나누고 보니 누구는 많고 누구는 적었습니다. “너희 이렇게 나눠 놓으면 괜찮아? 속상한 일 없어?” 물었지만 “괜찮아요” 했고, 표정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하면 다시 똑같이 나눠도 괜찮아” 해도 괜찮다고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많이 만든 친구”가 많이 가져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저희는 “아무도 속상한 일이 없으면 너희의 선택이니까 그렇게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남은 친구들은 “그럼 난 케이크 가게”, “난 김밥 가게” 하며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했습니다. O성이와 O양이의 김밥 가게는 “김밥 사세요, 김밥 사세요” 하며 정말 열심히 팔았는데, 클레이를 동그랗게 말아 꾹 눌러 만든 단순한 김밥이라 저희는 ‘저 김밥이 팔릴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잘 팔렸습니다. 배분할 때 O성이는 12장을 세고 12의 절반이 6이라는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는 7이어서 혼란스러워했습니다. O양이가 “7이야” 하자 “어? 6인데” 하며 다시 세러 갔고, 상대방 것을 다시 세어 주면서 “그럴 리가 없어”라고 했습니다.
그 뒤에는 O임이가 속상해서 왔는데, 반지가 자꾸 부서져 반품과 AS 요청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장면을 보여 드리는 까닭은, 가게가 열리고 나면 모든 팀이 배분을 위해 종이를 세고, 돈으로 바꾸고, 나누는 과정이 계속 이어졌다는 점 때문입니다.
5원의 불편한 진실 — 돈의 크기와 마음의 크기
반지를 판 날이었습니다. 교사가 일부러 5원짜리 2개를 섞어 15원을 바꿔 주었는데, O임이는 자기는 1원짜리 5개를 갖겠다며 계속 다O이에게 5원짜리 2개를 “너가 가져” 하고 주려고 했습니다. 5원은 어린이들에게 쓰기 매우 불편한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5원이 더 큰 돈이라는 것은 알지만, 다O이도 받기 싫어하면서 일단 받았습니다.
24원을 번 날에는 교사가 또 5원짜리를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세 명이 나누다 보니 5원짜리 하나씩, 1원짜리 하나씩 받고 6원이 남았습니다. 여자 어린이들은 “내가 많이 했으니까 내가 가질게” 했지만, 남자 어린이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똑같이 나눠야 해요”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자 윤O가 “잘라 주세요” 했습니다. “잘라 줄 수는 없는데, 5원을 자르면 도대체 어떻게 될까?” 묻자 어린이들은 “어, 그래, 1원짜리가 5개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러면 내가 5개로 바꿔 줄 수는 있어” 하면서 상황이 풀렸습니다.
서로를 키우는 작은 장인들
가게 놀이는 계속 진화했습니다. 하트 가게가 시들해질 즈음 토끼 가게가 나왔고, 케이크 가게로 바뀌기도 했습니다. 클레이 작품도 팔았고, 토끼 가게는 완판될 만큼 인기가 있어서 모두 36번이나 열렸습니다. 가게가 나가지 않는 날은 기다리는 날이 되었는데, 아이스크림 가게의 청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 서O는 깨끗이 청소하고 “언제 나가요?” 하고 물었습니다. 서O는 클로버 만드는 방법을 친구들과 연구했지만 너무 어려워 클로버 가게는 공유만 되고 열리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는 토끼는 인기가 있었고, 토끼 만들기에서는 또래 교수가 특히 활발했습니다.
하O이가 배우고 도O이가 가르쳐 주는 상황이었는데, 보통은 가져가서 대신 접어 주고 끝나기 쉽지만, 둘은 “얼마나 했지?”, “이 정도 했구나”, “여기에는 어깨에 두고 가운데에 두고” 하며 자세히 설명하고 “똑같진 않지만 그래도 귀여워” 하고 칭찬도 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아이스크림 가게가 ‘미미’라는 이름을 얻으면서 상상 놀이로 발전했습니다. 미미 집이 생기고 미미가 놀러 가는 공원도 만들어졌습니다. 남자 어린이들도 미미 놀이를 하고 싶어 했지만 여자 어린이들이 “우리끼리 하는 거야” 하자, 대신 미니카를 모으며 자기들만의 놀이를 만들어 갔습니다. 팽이 가게도 생겼는데, 팔기만 하는 게 아니라 팽이 돌리기 시합도 하며 놀이가 넓어졌습니다. 종이접기를 많이 해 보지 않았던 연O이는 요즘 실력이 많이 늘어 그럴듯한 모양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가게 놀이가 “나도 한번 해 봐야겠다”는 동기가 된 것 같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토끼 기계’입니다. 기계에 색종이 두 장을 넣으면 토끼가 만들어진다는 설정이었죠(물론 실제로는 손으로 접어야 했지만요). 이런 놀이들은 만 4세반 전체로 퍼져 나갔고, 2층 공유 공간에서도 가게가 열렸습니다. 다른 여섯 살 반도 가게 놀이를 시작했고, ‘천국시장’이라는 이름으로 신청서를 내고 가게를 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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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전파를 넘어, 문화로
토끼 가게에서는 감정 표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 난 뿌듯한 토끼를 만들 거예요” 하며 감정 카드를 참고해 뿌듯한 토끼, 놀란 토끼, 기쁜 토끼, 긴장한 토끼 등 다양한 표정의 토끼를 만들어 팔았습니다. 다른 반과 동생 반에서도 많이 팔려서 지금은 창문 쪽에 붙어 있는 몇 개만 남아 있을 정도입니다.
놀이가 이어지며 어린이들이 자주 한 말은 “돈이 없어요”였습니다. “너 돈 왜 없어?” 물으면 사실 5원짜리는 있었지만, 어린이들은 이걸 돈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5원은 쓰기가 너무 복잡하고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거스름돈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서 5원을 좀 더 편하게 쓰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O연이처럼 “돈이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게 놀이는 지금까지 이어지며 어린이들이 수를 차근차근 알아 가는 계기가 되었고, 또래 교수가 활발하게 일어나며 “우리 이거 가게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를 함께 내고 실천하며 협동심을 기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숫자 5와 1만으로도 어린이들과 교사가 함께 음미해 볼 수 있는 다양한 깊이와 층위가 있습니다. 서둘러 빨리 가기보다, 천천히 깊고 다채롭게 실천하며 서로 이야기 나누고 배우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큰 수를 세거나 계산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다룰 수 없는 질적인 경험이 있습니다. 어쩌면 수의 크기를 나타내는 ‘기수’와 순서를 나타내는 ‘서수’의 관계와도 비슷합니다. 무엇인가를 배운다는 의미의 크기를 어림하기 위해서는, 하나씩 만지고 세어 가며 알아 가는 과정이 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며 함께 자라는 것이 가능한 소중한 유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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